호러이야기/무서운이야기

일본괴담/ 팔척귀신 (핫샤쿠사마)

아이시님 2020. 10. 6. 19:47

→八尺様(はっしゃくさま) 팔척님 / 핫샤쿠사마

흔히들 국내 커뮤니티에서는 팔척귀신이라고 불리며, 이름과 같이 키가 8척(약2미터40센티)으로 매우 큰 키를 가진 귀신으로 일본에서 유명한 귀신입니다. (주로 키가 큰 여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일본의 유명 커뮤니티인 2ch에 올라온 무서운 이야기의 괴담으로 더욱 잘 알려진 귀신이며, 우리나라에서도 무서운 이야기 괴담 커뮤니티에 빠지지 않고 자주 올라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에 팔척귀신 이야기라는 괴담을 국내에 번역되어진 내용이 아닌 직접 일본웹의 글을 번역해서 올려봅니다.

(같은 내용이지만 마지막 부분이 살짝 다른 편입니다.)

내용 출처 : 일본웹  /  직접 번역.


친할아버지댁(아버지의 본가)은 우리 가족의 집에서 차를 타고 2시간이 약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한 시골이었습니다.

 

그다지 특색은 없는 일반적인 농가인데, 저는 그런 분위기가 왜인지 모르게 좋아서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방학때마다 혼자서 자주 놀러가는 편이었습니다.

 

당연히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도 언제나 잘 왔다며 저를 반갑게 맞아주셨고요.

이렇게 좋아하는 곳이지만, 마지막으로 갔던 것은 고3이 되기전 봄방학이었으니 벌써 10년이 넘게 가지 못했습니다.

아뇨. 사실대로 말하자면 '가지 않은 것'이 아닌 '가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때의 사건이 원인이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기 직전, 2학년을 마치고 봄방학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날씨가 매우 좋던 어느 날,

저는 여느때처럼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고 계신 시골에 혼자 오토바이를 타고 갔었습니다.

 

아직 추운 날씨긴 했지만, 그래도 할아버지댁의 넓은 툇마루에 누운 채, 햇살을 받으며 행복한 기분으로 잠시 쉬고 있었는데요.

 

바로 그때였습니다.


"포포, 포포포, 포, 포포" (ぽぽ、ぽぽっぽ、ぽ、ぽっ…)"

라고 소리내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규칙적인 소리였지만, 사람이 내는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억에 따르면 정확히 거센소리와 일반음 사이인 '뽀'와 '포'의 중간 정도, 아니 둘다 였을지도 모르는 느낌의 소리였습니다.

 

알수없는 소리를 들으며, 무슨 소리일까...? 라고 생각을 하는데, 마당 너머 담장 위에 한 모자가 보이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물론 모자가 담장 위에 놓여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담장 너머로 보이던 모자는 그대로 옆으로 움직이기 시작을 했는데, 그 담장의 틈새로 한 여자가 보였습니다.

모자는 그 여자가 쓰고 있었던 것이었고, 모자를 쓴 여자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담장의 높이는 2미터 정도로 꽤 높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머리에 쓴 모자가 담장보다 높이 보일 수 있다니.... 얼마나 키가 큰 여자인지.....

 

그렇게 속으로 놀라고 있던 중, 그 여자는 제 시야에서 사라졌고, 모자도 당연하게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상한 소리인 "포포,포포포" 소리도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전 그때만해도 키가 평균보다 큰 여자가 높은 하이힐이나 부츠를 신었다거나, 아니면 높은 굽의 신발을 신은 남자가 여장을 했다거나 하는 정도로 생각을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었어요.

 

그런 일이 있은 후, 거실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차를 마시던 도중 아까 본 그 여자의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조금 전에 마당 앞에서 키가 엄청나게 큰 여자를 봤어요. 아니면 남자가 여장을 한 것 같기도 했고요." 라고 말해도

"그렇구나~" 라고 밖에 별로 관심조차 갖지 않으신 두분이었지만.

 

"담장보다 더 키가 컸어요. 모자를 쓰고 '포포포' 였나? 이상한 소리를 냈는데요......."

라고 말하는데, 갑자기 두 분의 움직임이 멈췄습니다. 아니 순간 얼어붙은 듯 했어요.

 

그리고선 할아버지께서 몹시 격앙된 얼굴로 저에게 "언제 봤냐", "어디서 봤냐", "담장보다 키가 얼마나 높았는지"와 같은 질문을 쏟아내셨습니다.

 

예상치도 못한 할아버지의 이러한 다그침에 저는 크게 당황하면서도 대답을 했는데요.

대답을 마치자마자 할아버지께선 갑자기 말을 멈추시고 방을 나가 복도 끝의 전화기로 가서 어딘가에 연락을 하셨습니다.

 

미닫이 문이 닫혀 있는 상태여서, 할아버지가 어디로 연락을 한 건지, 어떤 대화를 나누시는지는 알 수 없었는데요.

확실한 것은 저와 같이 계시던 할머니는 왜인지 모르게 떨고 계셨습니다.

 

잠시 후, 통화를 마친 할아버지가 방으로 돌아오셔서는 저에게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 아니 오늘은 절대로 가선 안 돼"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상황 속에서 저는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건가.....'라고 되뇌어 봤지만, 도대체 이유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 여자가 스스로 나타난 것이고, 제가 일부러 보려고 나간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선 할아버지께선 할머니에게 K씨라는 사람을 데리러 다녀오겠다라고 말씀하시곤

차를 타고 어딘가로 떠나셨습니다.

 

할머니와 둘만 남아 조심스레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를 물어보니, 할머니께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셨습니다.

"아무래도 팔척님한테 네가 홀린 것 같아..... 네 할아버지가 어떻게든 해결할테니깐... 아무 걱정 안 해도 될꺼야........"

 

그리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오기 전의 시간동안 띄엄띄엄 주저하며 팔척님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할아버지댁이 있는 시골마을 근처에는 팔척이라는 귀찮은 존재가 있다고 합니다.

(팔척귀 혹은 팔척귀신이지만, 대부분 팔척님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이 팔척님이라는 존재는 보통은 키가 큰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름과 같이 키가 팔척(약 2미터 40센티)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자같은 낮은 목소리로 "포포포포"하는 이상한 소리를 웃으면서 내고 다닌다고 하는데요

 

이 팔척귀를 보게 된 사람들에 따르면, 보통 상복을 입은 젊은 여성, 혹은 기모노를 입은 나이 많은 노파, 아니면 작업복 차림의 중년여성 등, 각각 보이는 모습은 달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엄청나게 키가 크다는 것과 머리에 무언인가를 쓰고 있는 점, 그리고 여성이라는 점과 함께 이상한 웃음소리는 모두 동일하게 보여졌다고 합니다.

 

이 팔척귀신의 처음은 아주 오래전 마을에 왔던 나그네한테 씌여서 이 곳으로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 후 이 시골마을에 지장(지장보살)로 봉인이 되어서, 이곳을 떠나지는 못하고 이 지역 안에 묶여있는 존재기도 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팔척귀신에게 홀린 모든 사람들은 며칠 안에 모두 죽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팔척귀신에 홀려 피해를 입은 사람이 나온 것은 15년전.........

 

그리고 나중에 따로 들은 이야기지만, 지장(지장보살)에 의해 봉인이 되었다는 것은 이동하는 길을 막는 수단이었다고 하는데요. 팔척귀신의 마을 밖으로의 이동을 막기 위해서 마을의 경계 동,서,남,북 네 군데에 지장을 모셨다고 합니다.

 

근데 왜 마을에 봉인을 하게 된 거냐면, 옛날 주변 마을과의 협정이 있었던것 같았습니다. 팔척귀신을 봉인하는 대신 농업을 위한 저수지를 우선 사용한다든가 하는........

팔척귀의 피해는 수년 혹은 십수년에 한 번 정도이니, 그런대로 유리한 협정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물론 당연히 이런 이야기를 할머니께 듣게 되었지만,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것이겠지만........​

 

얼마나 지났을까?

할아버지께서 한 노파를 모시고 집에 돌아오셨습니다.

 

그 노파는 K씨라는 분이었는데, 저에게 부적을 쥐어주며 말했습니다.

"정말 큰일이구나, 일단 지금은 이것을 꼭 가지고 있거라."

 

그리곤 할아버지와 같이 무엇인가를 준비하셔야 한다며, 방을 나가서 2층으로 올라가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계속 제 옆에 계셨는데, 제가 화장실에 갈 때 조차도 따라오시곤 문도 완전히 닫지 못하게 하시며 붙어계셨습니다. 그제서야 비로소 "이거 정말 큰일인가보다...." 라는 실감이 나기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저는 2층에 있는 방 한 곳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들어간 방은 모든 창문을 부적이 붙여진 신문지로 붙여서 가려놨으며, 방의 네 귀퉁이 곳곳마다 소금이 쌓여진 그릇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또 나무로 만들어진 상자가 있었는데요. 제단으로 보여지지는 않는 상자이긴 했지만, 그 위에는 작은 불상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방에는 또 어디서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기들이 쓰는 변기 두개가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볼일을 보라는 건가...

 

할아버지가 굳은 얼굴로 제게 말하였습니다.

 

"이제 곧 해가 질거다. 명심해야한다. 내일 아침이 밝을 때까지 절대로 이 방에서 나오면 안 된다. 나도 그리고 할머니도 절대로 너를 부르거나 말 걸지 않을테니...... 내일 아침 7시에 해가 뜨니 그 전에는 절대로 여기서 나가면 안 돼. 집에는 내가 연락을 해 놓으마."

 

저는 위압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너희 할아버지가 말한 것을 반드시 지켜야 한단다. 부적도 꼭 쥐고 있거라.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부처님 앞에서 기도 드리거라."

할아버지의 옆에 계시던 K씨도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렇게 저는 방에 혼자 남게 되었고, TV는 봐도 괜찮다고 하여 전원을 켰지만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아서 건성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준비해 주신 과자나 주먹밥도 전혀 먹을 마음이 들지 않아서 그냥 내버려둔 채, 단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불안함에 떨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잠에 빠져들어 버렸고, 갑자기 눈을 떴을 때는 TV에서는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심야에 하는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손목에 찬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조금 넘어 있었습니다.

 

차라리 계속 잤어야 하는데, 중간에 깨버렸구나 생각하고 있는 그때였습니다.

 

톡, 톡.

 

창문 쪽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군가 조약돌 같은 것을 던져서 나는 소리가 아닌, 가볍게 손으로 두드리는 느낌의 소리......

 

바람때문에 나는 소리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로 무언가가 창문을 두드리는 것인지 모르겠었지만,

그때의 저는 필사적으로 바람때문에 나는 소리라고 믿으려 했습니다.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놓아둔 차를 한 모금 마셨는데, 그래도 진정이 되지 않고 두려움이 커져서 TV소리를 더욱 크게 하고 억지로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괜찮으냐? 너무 무섭다면 더 이상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문 쪽으로 다가가는데, 문득 저녁때의 할아버지의 말이 생각나서 걸음을 멈췄습니다.

그러자 다시 그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왜 그러느냐, 이젠 나와도 돼......."

 

'할아버지의 목소리지만.... 저건 할아버지가 아니야.'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온 몸이 굳어버렸습니다.

문득 방구석의 그릇을 바라보니, 소금의 위쪽이 검게 변해 있었습니다.

 

너무 무서운 마음에 정신없이 불상 앞으로 달려가 부적을 손에 움켜 쥔채, 살려달라며 필사적으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였습니다. 

"포포포..포..포..포포..."

 

낮에 들었던 그 이상한 목소리가 들리며, 창문이 "똑똑" "똑똑" 다시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2층에 닿을 만큼 키가 크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래에서 손을 뻗어 창문을 두드리고 있는 그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라서 미쳐버릴 것만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단지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불상 앞에서 기도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엄청난 두려움과 함께 더불어 길게만 느껴진 밤이었으나, 아침은 결국 오게 되더군요.

정신을 차려보니 TV에선 아침 뉴스가 나오고 있었고, 화면의 구석에 표시되는 시간은 7시가 넘어 있었습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목소리도 어느새 사라져 있었습니다. 아마도 저는 정신을 잃었던거 같습니다.

방의 네귀퉁이에 있던 그릇의 소금은 더욱 검게 변해 있었습니다.

 

TV의 시간뿐 아니라 혹시라도 몰라서 손목의 시계를 보니 7시가 넘은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 되어,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자, 문 앞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이 가득했던 할머니와 어제의 K씨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 얼굴을 보자마자 할머니는 다행이다를 되풀이하며 눈물을 흘리셨고, 일층으로 내려가니 어느새 집에서 아버지도 와 계셨습니다.

 

밖에서 할아버지의 재촉하는 소리가 들려서 마당으로 나가보니, 어디서 빌려왔는지는 모르지만 승합차가 한 대 서 있었고, 마당에는 몇 명의 남자들이 서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재촉에 의해 그 승합차에 탑승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 차는 9인승으로 K씨가 조수석에 앉았고, 저는 가운데에 앉고 정원에 있던 남자들이 올라타서 제 주위에 앉게 되었습니다. 모두 9명으로 가운데 앉은 제 주위 전체를 둘러싼 모습이 되었습니다.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거라. 우리에겐 보이지 않는 존재지만, 분명히 너에게는 보일테니까 우리가 됐다고 하기 전까지는 눈을 감고 있거라." 
라고 제 오른쪽에 앉은 쉰살쯤 되어보이는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운전하는 작은 트럭이 선두에 서고, 다음으로 제가 타고 있는 승합차가 따라갔으며, 제가 탄 차량의 뒤에는 아버지가 모는 승용차 순서로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차량의 행렬은 아마 시속 20km미만일 듯한, 상당히 느린 속도로 이동을 했습니다.

 

잠시 후, K씨가 "여기가 고비일거야...." 라고 중얼거리고선, 염불과 같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차의 창문 밖에서 또 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포포포.포.포포.포포포.."

 

저는 K씨에게서 받은 부적을 손에 꼭 쥔 채,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어쩌다보니 실눈과 함께 밖을 조금 봐 버리고 말았습니다.

 

눈에 띈 것은 하얀 원피스 였고, 그것은 차에 맞춰서 성큼성큼 걸으며 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머리는 차의 창문보다 높게 있어서 보이지 않았지만, 이윽코 차 안을 들여다 볼 심산인지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으며, 그걸 본 저는 무의식적으로 "힉!"하는 소리를 냈습니다.


"눈 감고 있어!" 
옆에 앉은 남자가 언성을 높였습니다.

 

그 소리에 저는 정신이 들어, 다시 눈을 질끈 감고 더 세게 부적을 움켜쥐었습니다.  

 


'똑똑. 똑똑' 
차의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차에 타고 있던 제 주위 사람들도 짧게 "엇"이라든지 "음..."이라든지 소리를 냈습니다.  

 

아마도 제 주위에 앉은 사람들에겐 팔척귀신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도,

자동차의 창문을 치는 소리는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조수석에 앉은 K씨가 더욱 집중을 하며 염불을 외웠습니다.

 

그 후, 팔척귀신의 포포포하는 목소리와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멈췄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즈음, K씨가 "빠져나왔다!!" 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전까지는 조용히 있던 주위에 앉은 남자들도 모두 안도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차를 타고선 마을을 완전히 벗어난 후에야, 저는 큰 도로 옆에서 승합차에서 내리고선 아버지의 차에 옮겨타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하고 계셨고, 그때 K씨가 다가와선 부적을 보여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움켜쥐고 있던 부적을 보니 전체가 검게 변해있었습니다.

 

K씨는 새 부적을 저에게 주시면서 말했습니다.
"이젠 괜찮을 거야.. 그래도 당분간은 이걸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저는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타고 갔던 오토바이는 나중에 할아버지댁 옆에 사는 이웃분이 전달을 해주셨습니다. 팔척귀신이라는 존재를 아버지도 알고는 계셨는데요. 어린 시절의 친구 한명이 팔척귀에게 홀려서 죽었었다는 것을 말해주셨었습니다.

 

팔척귀한테 홀려서 모두 죽은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긴 했지만, 팔척귀신에게 홀린 후에 다른 나라로 떠난 사람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 주변에 앉았던 남자들, 승합차에 탔던 사람들은 모두 우리 본가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로 먼 친척, 즉 모두 멀긴 하지만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였습니다.

 

선두로 이동하던 자동차의 할아버지나 뒤를 달리는 아버지도 당연히 한 핏줄이기에, 잠시라도 팔척귀의 눈을 속이기위해서 대열을 이뤄서 이동한 거라고 합니다.

 

아버지의 형제들 (저에겐 큰아버지)은 하룻밤새 이곳에 올수 없었기에, 조금 먼 친척이더라도 금방 모이는 사람들이 모여준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렇다고 해도 7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당장 오기 어려웠고, 밤보다는 낮이 더 안전하다는 판단하에 하룻밤 방에 갇히게 되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만약 이동하는 도중,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되면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저를 대신 할 각오였다는 이야기도......  

이러한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고, 앞으로는 그 마을에 가지 말라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하여 통화를 하게 되었을때, 밤에 저에게 말을 걸으셨냐고 물었는데, 그런 적은 없으시다고 하셨습니다.

 

역시... 그것은...
다시 한 번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팔척귀신에게 피해를 당하는 사람은 아직 성인이 되기 전인 젊은 사람, 그것도 아이가 당하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아직 어린아이나, 젊은 사람의 경우에는 불안한 상황에서 가족의 목소리를 들으면 무심코 방심하여, 목소리가 하라는대로 잘 따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 후로 10년 정도 지나 이 사건도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했던 얼마전, 할머니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팔척님을 봉인하고 있던 지장이 누군가에 의해 부서져 버렸어. 하필이면 네 집 방향의 길에 있는게 말이야........" 
(2년전 할아버지께서는 돌아가셨는데, 당연히 저는 장례식장에도 갈 수 없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도 돌아가시기 전, 절대 제가 마을에 오지 못하게 하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별일 아닌, 미신 같은 존재였다라고 애써 되뇌이면서도, 사실은 스스로가 가장 걱정되기도 하였습니다.

'포포포...' 하는 그 소리가 들려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