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이야기/무서운이야기

일본괴담/ 간간다라 (무녀 뱀 요괴)

아이시님 2020. 12. 11. 07:32

초·중학교 때 저는 시골에서 철부지 말썽꾸러기였고 특히 사이가 좋았던 A,B와 셋이서 매일 말썽을 일으켜 사고를 일으키며 놀았습니다.

A와 저는 가족들에게도 완전히 내놓은 자식 대접을 받았지만 B의 어머니만은 B를 꼭 챙겨주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엄격한 태도였지만, B를 위해 항상 여러가지를 해주는 분이었습니다.

우리가 중3이었던 어느날 B는 그의 어머니와 꽤 크게 싸웠습니다.
내용은 말하지 않았지만, 어머니에게 꽤 큰 마음의 상처를 준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가 쓰러졌을 때 B의 아버지가 돌아왔고 한눈에 상황을 파악한 아버지는 B를 무시하고 입을 다문 채 어머니에게 다가갔다고 합니다. 옷이라든가 머리라든가 엉망진창으로 죽은 물고기 같은 눈으로 바닥을 멍하니 바라보는 어머니를 보고 아버지는 B에게 말했답니다.

B아버지 : "너, 이렇게도 부모 마음을 짓밟을 수 있는 인간이 되어버렸구나. 어머니가 얼마나 너를 생각하는지 몰라?"
아버지는 B를 보지도 않고, 어머니를 끌어안고 이야기했습니다.

B : "시끄럽다고! 너도 죽여줄까? 응?"
B는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담담하게 계속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B아버지 "너, 너에게는 두려운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지?"
B : "없어! 있으면 한번 보여 줘봐!"
아버지는 잠시 침묵하시다가 말씀하셨대요.

B아버지 : "너는 내 아들이야. 어머니가 너를 얼마나 걱정하시는지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네가 엄마에게 이렇게밖에 할 수 없다면 나도 생각이 있어. 이것은 아버지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 네가 아닌 타인으로서의 이야기야. 미리 분명히 말해 두지만, 내가 이 말을 하는 것은 네가 죽어도 상관없다고 각오한 것이니, 그래도 좋다면 들어라."

B는 그 말에 뭔가 무서운 기백을 느꼈습니다만,

 

B : "좋아! 말해봐!"
라며 부추겼다고 합니다.

B아버지 : "숲속에 출입금지된곳 알지? 거기로 들어가서 안쪽으로 가봐. 나머지는 가보면 알거다. 거기서 지금처럼 날뛰어 봐봐. 할 수 있으면 말야."

그의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숲은 우리가 사는 곳에 작은 산이 있고 그 산기슭에 있는 곳이었습니다. 쥬카이(수해)숲 같은 곳이었습니다.

산은 그냥 들어갈 수 있고 숲도 평범한 곳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중간에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 있습니다. 사각형 안에 작은 원을 그려 그 원안에는 들어가지 말라는 식의 극히 부분적인 영역입니다.

2미터 가까운 높이의 울타리로 둘러싸였고, 울타리에는 굵은 밧줄과 철선, 울타리 전체에 연결된 흰 종이를 두르고 크고 작은 방울들이 달려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부분적으로 울타리 자체의 정렬도 뒤틀려 있고, 어쨌든 한마디로 표현하면 심상치 않은 부분이었습니다. 특정한 날에는 여기에 무당이 와서 입구에 여러 명이 모여 있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합니다만, 그 날은 부근 일대가 출입이 금지되기 때문에 무엇을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합니다. 그 밖에도 여러가지 소문이 났지만, 사이비 종교의 세뇌시설이 있다…라는 것이 가장 유명했던 소문이었습니다. 애초에 거기까지 가는 것이 귀찮고 힘들어서 그런지 끝까지 갔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B의 아버지는 B의 답변을 기다리지 않고 어머니를 모시고 2층으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B는 그냥 집을 나갔고, 저와 A와 만났고, 그때 우리도 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A : "아버지가 그렇게까지 말하다니.... 꽤 심하네...."
나 : "소문으로는 사이비 종교의 아지트였나?" 붙잡혀서 세뇌당하는 거아냐? 조금 무서운데... 어떡할래? 갈꺼야?" 
B : "가는 것이 당연하잖아. 어차피 꼰대의 허세가 분명해!" 

 

재미삼아 A와 저도 따라가기로 하고 셋이서 그리로 향했습니다.
이것저것 도구를 챙겨 놓고, 한밤중은 한시가 조금 넘은 시각? 의기양양하게 현장에 도착해, 가지고 온 손전등을 켜고 앞을 비추며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도 쉽게 갈 수 있는 길이라 우리는 항상 작업용 신발 차림으로 걷기 좋았지만 문제의 지점에는 40분 가까이 걸어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숲에 들어간 지 5분도 안 돼 무슨 일이 일어났어요.


우리가 들어가 걷기 시작한 것과 거의 같은 타이밍에 뭔가 소리가 멀리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밤의 고요가 자꾸 그 소리를 더 강조하게 만드는 것 같았어요.

처음에 깨달은 것은 B였습니다.
B : "이봐, 무슨 소리 안 들려?"
B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니 확실히 들렸어요.

낙엽을 질질 끌고 있어.... 소리와 가지가 뚝뚝 부러지는 소리입니다.
그것이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희미하게…들리는 것 같기도 하여 그다지 두려움을 느낀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람이란 생각보다 동물들일거같다는.. 생각도 있어서 신경쓰지 않고 계속 걸었습니다.

동물이라고 생각하고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대로 20분 정도 걷자, 또 B가 뭔지를 깨닫고, A와 나는 멈춰 섰습니다.

B : "A. 너만 좀 걸어봐." 
A : "왜 그래?" 
B : "일단 아무말 말고, 빨리!"

A가 어이없다는 듯이 혼자 앞으로 걸어갔다가 다시 이쪽으로 돌아왔고, 그것을 보고 B는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A : "야, 무슨 일인데?"
나 : "자, 설명해봐!"
우리가 그렇게 말하자 B는
B : "조용히 하고 잘 들어봐..!" 
라며 A에게 시켰듯이 B가 혼자서 걸어갔다가 다시 이쪽으로 돌아오고 두세 번 반복할 때쯤 우리도 깨달았습니다.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는 우리의 움직임에 맞춰 소리를 내고 있었어요.
우리가 걷기 시작하면 그 소리도 걷고, 우리가 멈추면 소리도 멈춘 겁니다.

마치 이쪽의 모습을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뭔가 차가운 분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주위에 우리가 가진 것 이외의 빛은 없었고, 달은 떠 있지만 나무에 가려 있어서 거의 의미가 없었습니다.

손전등을 켜고 있으니 이쪽 위치를 알 수 있다는 건 이상하진 않아... 
하지만 함께 걷고 있는 저희조차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려면 잘 봐야 하는 어둠 속이었어요.

이런 어둠 속에서 빛도 없이 뭐지?
왜 우리와 똑같이 움직이지?

B : "그만 좀 놀려! 누가 우리를 따라오면서 놀리는 거 아니야?"
A : "가까이 다가올 기미는 없어. 저쪽은 아까부터 계속 비슷한 거리고."

A가 말했던 것처럼 숲에 들어간 후 여기까지 20분 정도 우리와 그 소리의 거리는 전혀 바뀌지 않았어요. 가까이 오지도 멀어지지도 않았고, 계속 같은 거리를 유지한 채였습니다.

나 : "감시당하고 있는건가?"
A : "뭔가 그런 기분이야... 사이비 종교라면 뭔가 이상한 장치를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들리는 소리로 짐작해보면 몇 사람 되지 않고 한 사람이 계속 우리에게 매달리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했지만 섣불리 정체를 찾으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해 일단 주위를 경계하면서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그 후 계속 따라오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만, 울타리가 보이자 소리는 아무래도 신경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소리 이상으로 그 울타리의 모습이 이상했기 때문이죠.

우리 셋 다 여기에 온 것은 처음이었지만, 상상 이상의 모습이었다.
동시에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평소 귀신따윈 믿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우리 입장에서도 그 앞에 있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것 같았습니다.
그것도 장난이 아니라 정말 위험한 거라는 생각... 

설마 그런 의미로 세워진 장소일까.......?

 

숲에 들어와서 이제야 비로소, 지금 우리는 위험한 곳에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A : "야, 이거 부수고 들어가라는 거야?" 누가 봐도 이상하잖아. 이건...!" 
B : "시끄러워, 이런 거 쫄지 마!" 

울타리의 비정상적인 모습에 주눅들어 있던 A와 저에게 뭐라고 하면서 B는 가져온 도구 이것 저것들을 이용해 울타리를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부수는 소리보다 더 울려퍼지는 수많은 방울소리가 엄청났어요.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준비한 도구로는 매우 빈약했습니다.
아니, 그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튼튼한 울타리였습니다. 특수한 소재라도 썼나 싶을 정도로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결국 기어갈 수밖에 없었지만 밧줄 덕분에 오르기는 비교적 쉬웠어요.

그러나 울타리를 넘는 순간 격렬한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쾅 하고 숨이 막힌다고 할까, 갇힌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A와 B도 같았는지 한걸음 내딛는것을 주저하고 있었지만 울타리를 넘었기 때문에 계속 들어가는것 밖에 선택할수 없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려고 걷기 시작하자 세 사람 모두 깨달았습니다.
줄곧 따라다니던 그 소리가 울타리를 넘은 후, 들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불쾌한 곳이었지만, A가 말한 것은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했습니다 

A : "혹시, 그 소리를 낸 녀석... 계속 여기 있던 것이 아닐까? 이 울타리, 여기서 보면 출입구 같은 것도 없고 그래서 접근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B :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우리가 그 소리를 눈치챈 곳이 여기서 보이기라도 해? 숲에 들어왔을때 부턴데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B의 말이 옳았습니다. 이곳의 금지구역과 숲의 입구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으니까요.
시간으로 40분 정도라고 했지만, 우리가 천천히 걸어간 건 아니고. 거리로 치면 그 정도 시간이 걸리는 곳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존재가 아닐지도...라는 생각도 들면서, A의 말을 머리로는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울타리를 보고 나서 이곳은 위험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A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B가 갑자기 강하게 말했습니다.


B : "귀신인지 뭔지 모르지만, 네 말대로라면 그 녀석은 이 울타리에서 나올 수 없다는 거지? 그런 놈은 별거 아닐거야."
그러면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어요.

울타리를 넘어 한 2~30분 정도 걸으니 어렴풋이 반대편 울타리가 보이는데 신기한 게 발견됐습니다.

여섯그루의 나무에 금줄이 쳐져 있고, 그 여섯그루의 나무를 새끼로 묶어 육각형의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울타리에 걸려 있는 것과는 다른, 정식적인 흰 종이도 걸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앙에 새전함 같은 것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그걸 본 순간 세 명 다 말문이 막혔어요. 특히 A와 저는 정말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초조해하기도 했습니다. 바보 같은 우리들도 이런 금줄이 보통 어떤 장소에서 무엇을 위해 이용되고 있는지 대강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곳을 출입금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 눈앞의 이 광경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들은 결국, 올때까지 오고 말았다 라는 것입니다.

나 : "네 아버지가 말하신게, 이것을 말한 것 같아...."
A : "더 이상 이러는 건 무리야. 확실히 위험해 보이잖아...." 

하지만 B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B : "뭐 나쁜 거 아닌거 같은데, 먼저 저 상자부터 살펴보자! 보물이라도 들어있을지 모르잖아!" 
B는 줄을 비집고서 육각형 안으로 들어가 상자에 다가갔습니다.

A와 나는 상자보다 B가 무슨 짓을 할지 불안했지만 일단 B를 따랐습니다.

비바람에 노출된 탓인지 상자는 녹투성이였습니다. 윗부분은 그물코로 되어진 속이 보이는 뚜껑이었는데 그 밑에 판자가 깔려 있어서 내용물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상자에는 분필인가 뭔가 대단한 것이 쓰여 있었습니다. 아마 가문적인 의미의 글인 것 같은데 전후좌우 각각의 면에 여러 개의 문장 같은 것이 써있고 게다가 전부 다른 문장으로, 서로 겹치는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A라고 나는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고, 신경 쓰지 않고 건드리는 B도 험하게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상자를 둘러보았습니다. 아무래도 바닥에 직접 고정하고 있는 것 같고, 그다지 무거울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만,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상자 안을 어떻게 하면 볼 수 있는지 여기저기 둘러봤기 때문에 뒷면이 빠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B : "아, 여기만 빠진다! 안을 볼 수 있어!"
B가 상자의 한쪽 면을 벗겨내고 A도 나도 B의 뒤에서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상자 안에는 네 귀퉁이마다 페트병 모양의 항아리 같은 것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뭔가 액체가 들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상자 가운데에는 끝이 빨갛게 칠해진 5센티미터 정도의 이쑤시개 같은 것이 이상하게 놓여 있었습니다.

직접 작성 이미지입니다. 

이렇게 여섯 줄기의 접하는 네 곳만이 빨갛게 칠해져 있었습니다.
나 : "이거 뭐지? 이쑤시개야?" 
A : "여기 페트병 안에 뭐가 들어있어. 기분 나쁘네." 
B : "여기까지 와서 고작 물병이랑 이쑤시개인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

A와 저는 페트병 같은 항아리를 조금 만져본 정도였는데 B는 손에 들고 냄새를 맡기도 했습니다. 제자리에 놓고 이번에는 이쑤시개를 만지려고 손을 뻗었습니다.

그런데 손에 땀을 흘렸는지 손가락 끝에 순간적으로 달라붙었고 그 때문에 모양이 어긋났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치린치린!! 치린치린!! (원문 : チリンチリリン!!チリンチリン!!)

우리 쪽과는 반대방향, 육각형의 희미한 울타리 쪽에서 엄청난 기세로 방울이 울렸습니다.
우리 셋은 모두 "으악!" 소리를 외치며 겁에 질려 순간 서로 얼굴을 마주 봤습니다.

 

B : "쳇! 누구야? 장난치지 마!"
B는 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나 : "병신! 거기에 가지마!"
A : '야, B! 제 정신이야?"

황급히 뒤를 쫓을 자세를 갖추는데, 갑자기 B가 멈춰서며 전방에 손전등을 위한 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A : "뭐야, 가는 척 한거야?"
A와 제가 마음놓고 다가가는데 B의 몸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나 : "야, 왜 그래?"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손전등이 비추어진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B의 손전등은 늘어선 나무들 중 한 그루, 그 뿌리 근처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그 뒤에서 한 여자의 얼굴이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반쯤 내밀고 눈부신 기색도 없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치아를 드러나게 입을 벌리고 눈은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비명 소리와 함께 우리는 일제히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머릿속이 하얘져서 몸이 맘대로 최선의 행동을 한 것 같았어요. 서로 챙길 여유도 없이 저마다 필사적으로 울타리로 향했습니다.

 

울타리가 보이자 단번에 달려와 급히 기어올라 위까지 오자마자 한 번에 뛰어내려 곧장 입구를 향해 돌아오려 했지만 당황한 듯 A는 담장을 제대로 오르지 못해 제대로 올라오지 못했습니다.

"A! 빨리!!"

B "야! 빨랑 넘어!!"

A를 기다리면서 B와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재촉했습니다

나 : "저거 뭐야! 저건!? 뭐야!" 
B : "아, 몰라. 입 좀 다물어!!"
완전히 패닉 상태였어요.

그 때.

지린!! 찌링치린!!!(원문 : チリリン!!チリンチリン!!)

엄청난 소리와 방울소리가 울리고 울타리가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뭐야!? 어디서 나는 소리야...!
B와 나는 패닉에 빠져도 주위를 확인했습니다.

 

입구와는 반대쪽, 산으로 향하는 방향에서 울리며 다가오는지 소리와 울타리의 흔들림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나 : "위험해! 위험해!!"
B : "아직이야? 빨리 넘어와!!" 
저희의 말이 A를 더욱 당혹스럽게 했음은 알았지만 재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A는 정신없이 울타리를 기어 올랐습니다.

A가 겨우 울타리를 올라갔을 때, B와 나의 시선은 거기에는 없었습니다.

부들부들 떨고 온몸에서 땀이 솟구치고, 소리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것을 눈치챈 A도 울타리 위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방향을 보았습니다.

산 쪽으로 죽 이어지는 울타리를 따라 간 끝에, 게다가 안이 아닌 바깥쪽..

그것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얼굴뿐이라고 생각한 것은 알몸에 상체만 있고

오른팔, 왼팔이 3 개씩 있었습니다.

그래서 밧줄과 철책을 능숙하게 타고 온...... 
입을 벌린 채.......

거미줄 속의 거미처럼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공포.........

"우와아아아아악!!!!!!!!!"

A가 갑자기 위에서 뛰어내려 B와 내 위로 넘어졌습니다.
덕분에 문득 정신을 차린 우리들은 곧바로 A를 일으켜 단숨에 입구로 달려갔습니다.

뒤는 돌아볼 수 없었어요.
앞만 보고 오로지 필사적으로 달렸어요.
전력으로 뛰면 30분도 안 걸릴 텐데 몇 시간씩 달린 기분이었어요.

입구가 보이자 뭔가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라? 설마..

우리 세 명 모두 갑자기 정지하고 숨을 삼키며 사람의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여러 명이 모여 있는 게 보였어요.

'그것'은 아니다!!!
그렇게 확인하자마자 다시 뛰어가서 그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었어요. ​

"오! 찾았어!"
"설마...정말로 그 울타리 안으로 들어간거야?"
"이봐! 빨리 부인에게 연락해요!"
모여 있던 사람들은 떠들썩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달려왔습니다. 말을 걸어도 금방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셋 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멍하니 있었습니다.

그대로 우리는 차에 실려 벌써 새벽 3시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 때 등에 쓰이는 집회소로 가게 되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우리집은 엄마와 누나, A는 아빠, B는 엄마가 와있었습니다.
B의 엄마는 그렇다고 해도 제대로 대화도 잘 한 적이 없는 우리 엄마까지 울고 있었고, A도 이때 아빠의 표정은 평소 본 적이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B어머니 : "모두 무사했구나...! 다행이다...!"
B의 엄마와는 다르게 저는 엄마에게 맞았고 A도 아빠에게 맞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따뜻한 말들도 함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잠시 각자 가족과 있던 자리에서 B의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B어머니 : "죄송해요. 이번 일은 제 남편, 그리고 제 책임입니다.정말 미안해요...! 정말..."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습니다.

남의 집이라고는 하지만 자식 앞에서 부모가 그런 모습을 드러내는 건 역시 찜찜했습니다.

A아버지 : "됐어요. 부인. 이렇게 모두 무사하니까요."
내어머니 : "맞아요. 당신 탓이 아닙니다."

 

이후 거의 부모님끼리 이야기가 진행이 되어서 우리는 멍하니 있었습니다. 시간이 늦어진 것도 있어서, 무사히 확인을 하고 끝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때는 아무 설명도 듣지 않고 해산했어요.

 

하룻밤이 지난 다음 날 점심 무렵에 자고 있는데 누나가 저를 두드려 깨웠습니다. 눈을 뜨니 어젯밤 내내 그랬나 싶을 정도로 누나의 표정이 굳어 있었습니다.

 

나 : "뭐야?" 
누나 : "B의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는데 큰일난 것 같아."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받자 B의 어머니가 몹시 무섭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B어머니 : "B가... B가 이상해! 어젯밤에 거기서 뭘 했니? 울타리 앞으로 갔을 뿐이 아니야!?"
도저히 통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일단 전화를 끊고 저는 B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같은 전화를 받은 듯 A도 와 있었고, 둘이서 B의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B의 어머니의 이야기에 따르면 B는 어젯밤에 집에 돌아온 후 갑자기 두 손과 두 다리가 아프다고 외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파서 움직일 수 없는지 양팔이나 두 다리를 뻗은 채 쓰러져 그 자세로 아프다며 절규했다고 합니다. B의 어머니가 어떻게든 해보려고 해도, "아프다!"라고 외칠 뿐,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합니다.

필사적으로 방까지는 옮겼지만 계속 그 상태로 우리는 괜찮은지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B의 방으로 향하는데 계단에서도 B가 아프다고 소리치는 것이 들렸습니다.

"아파...아프다!"를 반복했습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역시 팔다리는 쭉 뻗은 채 버둥거리고 있었습니다.

나 : "어이! 왜 그래?!"
A : "정신 차려! 왜 그런거야?"
우리가 말해도 아프다고 외칠 뿐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어요.

 

왜 이런거지?.......
저는 도대체 뭐가 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일단 B의 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내려갔더니 아까와는 달리 조용한 말투로 말씀하셨습니다.
B어머니 : "거기서 뭘 어떻게 했는지 말해주겠니? 그래야 알 것 같아. 어젯밤에 거기서 무엇을 했니?"

무엇을 듣고 싶은지는 물론 알고 있었지만 대답하기 위해 그것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것이 고통스럽고 잘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기 보다, 그것을 봤다는 것이 대부분을 차지해 버린 탓에, 무엇이 원인인가 하는 것이, 완전히 간과되어 버렸습니다.

무엇을 보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했냐고 묻는 B의 어머니는 그것을 지적하는 것 같았습니다.
B의 어머니가 다시 물어봐서 겨우 지난밤 일을 회상하며 원인을 찾았습니다.

무엇을 보았느냐가 문제라면 우리도 지금의 B와 같은 꼴을 당하고 있을 테고.....
근데 무엇을 한거지...?
우리 모두 거의 같은 행동을 했지만........

 

상자라면 우리도 건드렸고 페트병도 일단 우리도 건드렸어....... 
그리고....... 이쑤시개...

​순간 둘 다 깨달았어요. 이쑤시개였어!!
그건 B만 건드려서 모양도 어긋났었고... 게다가 되돌리지도 않았어!!


우리는 그것을 B의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B의 어머니는 순식간에 표정이 바뀌며 떨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선반 서랍에서 있는 종이를 꺼내서 그걸 보면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어요.
A와 나는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잠시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돌아온 B엄마는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B어머니 : "직접 찾아가면 바로 만나주겠다니 지금 당장 가서 준비해. 너희 부모님께는 내가 말해둘게. 아무 말 안해도 준비해줄 것 같으니깐.... 모레 다시 우리 집으로 오도록 해."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누구를 만나러 어디로 가냐고 물어도 곧 바로 집으로 돌려보내셔서, 일단 집에 도착하니 집에서도 아무것도 묻지 않고 꼭 다녀오라고만 하였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이틀 후에 A와 나는 B의 어머니와 셋이 어느 곳으로 향했습니다. B는 전날에 이미 그곳에 간 것 같았어요.

 

조금 먼 곳일꺼라고는 생각했지만, 다른 마을은 커녕, 현에서조차 다른 곳이었습니다. 신칸센으로 몇 시간 걸리고, 게다가 역에서 차로 몇 시간 타고 가니, 그림 같은 산속 마을까지 가게 되었고..... 그 마을에서도 외진 곳에 있는 저택에 가게 되었습니다.

크고 오래된 저택으로 별채나 곳간 같은 것도 있는 굉장히 넓은 곳이었습니다.

B의 어머니가 초인종을 누르자 어떤 아저씨와 여자아이가 우리를 데리러 왔습니다. 아저씨는 촌스러운 줄무늬 정장차림이었고, 여자아이는 우리보다 조금 나이가 많다는 느낌으로 소복에 빨간 옷으로 이른바 무녀의 모습이었습니다.

인사를 하면서 아무래도 무당의 백부 같은 아저씨는 보통 흔한 성을 썼지만, 무녀는 '파란 관녀(원문:あおいかんじょ?/아오이칸죠?)' 라든지 잘 모르는 이름을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인식과는 전혀 다른 것 같았습니다. 잘 모르겠지만 그녀의 가문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았어요.
사실 그 집이나 그녀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만, 우선 여기에서는 편하게 "아오이"로 하겠습니다.

넓은 다다미 방으로 안내되고 영문도 모른 채 조용한 분위기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백부 : "아드님은 지금 안정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같이 있던 애들인가요?"
B어머니 : "이렇게 셋이서 그 장소에 간 것 같아요."
백부 : "그래요? 너희들, 우리에게 말해 줄래? 어디 가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보았는지, 가능한 한 자세히..."

갑자기 물어봐서 당황했지만 A와 저는 어떻게든 자세히 그날 밤의 일을 그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이쑤시개 얘기를 할 때,

"네 이놈들! 뭘 했다고?"
갑자기 야단치는 소리를 냈기 때문에 우리는 점점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A : "네?"
백부 : "너희들 설마 그거 건드린 건 아니지?"
몸을 내밀고 덤빌 듯한 기세로 호통을 쳤습니다.

그러자 아오이가 제지하고 모기가 우는 듯한 가냘픈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오이 : "상자의 중앙.... 자그마한 막대기 같은 것이 어떤 형상을 드러내듯 놓여 있었겠죠. 그걸 만졌어요? 건드려서 조금이라도 모양을 바꿔 버렸나요?"
나 : "후우..움직였어요. 모양이 틀어졌다고 생각해요."
아오이 : "모양을 바꾼 사람이 누군지 기억하세요? 건드렸는지 안 건드렸는지가 아니고. 모양을 바꾸었느냐 마느냐입니다."

 

A와 나는 얼굴을 마주보고 B라고 말했습니다.

아저씨는 몸을 뒤로 빼고는 한숨을 쉬며 B엄마에게 말했습니다.

백부 : "어머님, 유감스럽지만 아드님은 이제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자세히 듣지 못했지만, 그 증상이라면 다른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그것을 움직였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네요."
B어머니 : "그런가요..........."
더 하실 말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만, B의 어머니는 말을 삼킨 듯한 느낌으로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입밖에 내지 못했지만 저희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B는 이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게 무슨 뜻이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그렇게 묻고 싶어도 소리를 낼 수가 없었어요.

우리 셋의 모습을 보고 아저씨는 한숨을 쉬며 말을 꺼냈어요. 여기서 그날 우리가 본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속칭은 『生離蛇螺』/『生離唾螺』 니라자라 / 나리타라

옛날엔 『姦姦蛇螺』/『姦姦唾螺』 칸칸자라 / 칸칸다라


나리자라, 나리타라, 캉캉자라, 캉캉다라 등 연대와 가문에 따라 호칭은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현재 가장 많은 호칭은 단순히 '다라'입니다.
아저씨들 같은 특수 집에서는 '칸칸다라/간간다라'라고 부르는 것 같았어요.

이젠 신화나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만..

식인 이무기(큰 뱀)에 시달리던 한 마을 사람들은 신의 자녀로 온갖 힘을 대를 잇는 한 무녀의 집에 퇴치를 의뢰했다고 해요. 의뢰를 받은 그 집은 특히 힘이 센 무녀 한 명을 이무기를 토벌시켰답니다.

마을 사람들이 숨어 지켜보는 가운데 무녀는 큰 뱀을 물리치기 위해 혼신을 다했으나 언뜻 보이는 틈에 큰 뱀에게 하반신을 물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무녀는 마을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온갖 술수를 동원하여 필사적으로 맞섰다고 해요.

하지만 하반신을 잃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마을 사람들은 무녀를 제물로 삼는 대신 마을의 안전을 지켜 달라고 큰 뱀에게 빌었다고 해요. 강한 힘을 가진 무녀에게 애먹던 이무기는 이를 승낙하고 먹기 좋게 마을 사람들에게 팔을 베게 한 뒤 오뚝이 상태의 무녀를 삼켜 버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은 잠시 평온을 얻었지만,
얼마 후 무녀의 집에서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때 무녀의 가족은 6명이었지만, 이상한 일은 곧 일어났습니다.

큰 뱀이 어느 날부터 사라져, 다른 사람을 덮치는 일이 없어졌을 마을에서, 차례차례 사람이 죽어갔습니다. 마을 안에서, 산 안에서, 숲 속에서요.

사망자들은 모두 오른팔, 왼팔 중 하나가 사라진 상태였다고 합니다.

18명이 사망. (무녀 가족 6명 포함)
살아남은 사람은 4명이었습니다.

아저씨와 아오이가 번갈아 가며 설명했어요.

백부 : "이것이 언제부터 어디서 전해졌는지 모르지만, 그 상자는 일정한 주기로 장소를 옮겨가며 공양되었단다. 그때마다 관리자는 바뀌었지. 상자에 가문 같은 게 적혀 있었지? 공양 장소를 마련해 온 집들이야. 우리 같은 집안에서 그걸 심사하는 모임이 있어서 거기서 결정하게 되거든. 드물게 직접 지원해 오는 바보도 있지만......
관리자 이외에는 칸칸다라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도 모르게 되어 있지. 인근 주민에게는 문제가 있고, 만일의 경우 상담처만 관리자로부터 전해지게 되어있어.. 
전할 때는 상담자를 통해서, 즉 우리 집안 사람이 담당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지금처럼 이해를 하는 거야. 지금 상담자는 내가 아니지만, 시급하다고 생각되어서 이곳으로 오라고 한거야."

아마도 그저께 B의 어머니가 전화를 한 곳은 다른 곳인 것 같았고, 이야기를 들은 상대방은 B를 데리고 이 집을 찾아가 상담한 결과, 여기에 맡긴 것 같았습니다. B의 어머니는 우리가 집에 간 사이에 이미 전화를 통해 어느 정도 세부 사항을 들은 것 같았습니다. 

아오이 : "기본적으로, 공양 장소는 산이나 숲으로 옮겨집니다. 다 보셨겠지만, 여섯 그루의 나무와 여섯 개의 쇠사슬은 마을 사람들을, 여섯 개의 막대기는 무당 가족을, 네 개의 모퉁이에 놓인 항아리는 살아남은 네 명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6개의 막대기가 구성되어 있는 형태는 무당을 상징합니다.
왜 이런 모양을 취하게 됐는지, 상자 자체에 관해서도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우리를 포함해 지금 알려진 것보다 더 자세히 아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가장 잘 알려진 설로는
살아남은 네 사람이 무당의 집에서 한을 풀기 위한 모든 일을 조사했고, 그 결과 생겨난 독자적인 형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울타리에 관해서는 방울만이 형식에 의한 것이었고, 밧줄 같은 것은 이때 관리자에 의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백부 : "우리 집안 사람이 칸칸다라를 물리친 적은 과거에 몇 번 있었는데 모두 2, 3년 안에 어느 날 갑자기 죽었어.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도 거의 살아남지 못했어... 그만큼 어려운 일이야."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셋은 완전히 얼빠져 있었습니다. 그저 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백부 : "어머니, 얼마나 위험한지 대충 알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막대를 움직여 주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했을텐데요. 이번에는 방법이 없네요."
B어머니 : "어떻게 좀 해주실 수 없을까요? 이게 다 제 책임입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B의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아무도 어머니 탓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자기 책임이라며 고개를 숙이고 간절히 부탁했어요. 울면서가 아니라 뭔가 각오한 듯한 얼굴이었어요.

 

백부 : "무슨 일이 있어도 하고 싶은 건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막대기를 움직여서 '그것'을 봤으니....... 
너희들도 봤지? 너희들이 본게 큰 뱀에게 잡아먹혔다는 무당이잖아. 하체도 봤지? 그래서 왜 그러는지 이제 알겠지?."

"..........어?"
A와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체? 저희가 본 건 상체 뿐인데.....



A : '저, 하체라는 게...인가요?' 상체라면 봤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아저씨와 아오이씨가 깜짝 놀랐어요.

백부 : "야, 무슨 소리야?" 너희들 그 막대기를 움직였지? 그러면 하반신이 보였을 텐데?"
아오이 : "당신들 앞에 나타난 그녀는 하반신이 없었나요? 그러면 팔은 몇 개였어요?"

"팔은 6개였어요. 좌우 세 개씩이에요. 하지만 하체는 없었어요."
A와 저는 서로 확인하면서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아저씨가 몸을 일으키시며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백부 : "틀림없지? 정말 그것의 하체를 보지 못했다는 거지?"
나 : "네...." 

 

그러자 아저씨는 다시 B의 어머니에게 고개를 돌리며 빙긋이 웃었습니다.

백부 : "어머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아저씨의 말에 B의 어머니도 우리도 숨을 죽이고 주목했습니다.
두 사람은 이 말의 의미를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아오이 : "무당의 원한을 뒤집어쓰는 행동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해서는 안 되는 것은 무당을 나타내는 형태를 바꾸어 버리는 것입니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은 그 모양이 보여주는 무당의 모습입니다."
백부 : "사실 막대를 움직인 시점에 끝난거다. 필연적으로 무당의 모습을 보게 되니까.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너희들은 그것을 보지 않았어. 움직인 본인도 같은 모습으로 보였을 테니, 너희가 보지 않았다면, 그 아이도 보지 못했을 거다...." 

나 : "못봤다는건 무슨뜻이죠? 저희가 본 건요...."

 

아오이 : "분명 무당 본인을 본 것은 변함없습니다. 하지만 간간다라(칸칸다라)는 아닙니다. 당신들의 목숨을 앗아갈 의지가 없었겠죠. 칸칸다라가 아니라 무당으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그날 밤의 일은 그녀에게 있어서 아마 단순한 놀이일 겁니다."

무당과 칸칸다라는 같은 존재이면서 또 다른 존재이기도 한 것?.....그런 것 같았습니다.

백부 : "칸칸다라가 나오지 않았다면, 지금 그 아이를 덮치고 있는 것은 아오이 말대로 놀이 정도일 거야. 우리에게 맡기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내내 긴박하던 공기가 이제야 누그러진 느낌이 들었어요.
B가 살아난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고, 이때 B의 어머니의 표정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요 며칠 동안 B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그 동안의 불안감이 일시에 풀린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그걸 보고 아저씨도 아오이도 분위기가 조금 부드러워져서 갑자기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네요.

 

백부 : "그 아이는정식으로 우리가 맡겠습니다. 어머니에게는 나중에 설명해 드릴께요. 너희 둘은 일단 아오이로부터 불제를 받고 돌아가거라. 이제는 두려움도 좀 가지도록 하고...!."
잠시 B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B의 어머니는 남았고 우리는 불제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후 이 집 사람들의 결정이라며 B는 우리를 만나주지 않았고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전학 갔는지 재적했는지 알 수 없고, 다만 그 후로 한 번도 만나지 못했어요.

그렇다고 죽은 것은 아니었고, 완전히 나아서 지금은 제대로 어디선가 잘 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참고로 B의 아버지는 이런 소동에도 한 번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A와 저도 비교적 빨리 나아졌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컸던 것은 역시 B의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가장 힘들었을 텐데, 어머니라는 존재가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그 후로 저희 집도 그렇고 A도 부모님이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고 나니 자연히 더 이상 우리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게 되었군요.

일단 그 밖에 밝혀진 바로는 특정 날에 모여 있던 무당들은 상담자 역할을 했던 집안 사람들이고, 칸칸다라는 위험하다고 다시 인식되면서도 일종의 신과 같은 존재로 취급되고 있다고 합니다. 큰 뱀이 산이나 숲의 신이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1년에 한 번 카구라를 추거나 축사를 연주한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숲에 들어와서 소리가 들린 것은 간간다라는 울타리 안에서 방목하고 있어서 소리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육각형 금줄과 상자 막대가 봉인되어 막대 모양이나 금줄을 손상시키지 않으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공양 장소는 어떤 규칙에 따라 산이나 숲 속의 제한된 부분을 지정하는 듯했고, 신중하게 세세한 부분까지 정해 범위를 정하는 것 같았어요. 기본적으로 그 구역에서는 나올 수 없는 것 같습니다만, 울타리 등으로 둘러싸고 있는 경우는 우리가 본 것처럼 외부에 붙어있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알게 된 것은, 이 정도 지금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이미 옮겨졌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아서 확인할 수 없었지만, 1년 가까이 지나고 나서 울타리 철거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아마 지금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2ch>를 통해 유명한 괴담 <칸칸다라 괴담>입니다.
국내에도 번역된 내용이 많이 퍼졌는데 이번 기회에 원문을 읽고 직접 번역을 시도했습니다.

기본적인 내용은 동일하지만 역시 마지막 차이가 조금은 있는 것 같네요.

내용:일본웹사이트(직접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