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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괴담/ 할머니께서 사주신 인형

아이시님 2020. 10. 27. 20:03

Image by Pixabay

 

초등학교 저학년일때 (아마 2학년쯤으로 기억합니다.) 할머니께서 병으로 인하여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께선 첫 손녀이던 저를 굉장히 귀여워 해주시고, 또 아껴주셨고, 저 역시 그런 할머니가 너무나도 좋았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제가 태어났을때, 저에게 커다란 인형을 사주셨습니다.

인형은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였으며, 그 인형은 프랑스의 귀족이 입는 것만 같은 드레스를 한 인형이었어요.

어릴적부터 늘 저와 함께 한 그 인형은 저에게 있어서는 친구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날이었습니다.

저는 이 소중한 인형과 함께 입원중인 할머니께 병문안을 갔었습니다.

 

병원의 침대에 누워계시던 할머니는 저를 안아주고, 제가 안고 있던 인형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시며 다정한 미소와 함께 말씀하셨습니다.


"이 할머니는 언제나 히로미 편이란다. 계속 너를 지켜보고 있으마..."

그리고 다음 날, 할머니께선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어서 돌아가셨습니다.

너무나도 사랑하던 할머니의 죽음은 어린 저에게 있어서, 정말로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엄마의 말에 따르면 (사실 잘 기억이 나진 않아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한달이 넘게 저는 학교에 갈때를 제외하곤 항상 할머니가 사 준 인형을 꼭 끌어안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 후, 저도 점점 자라면서 인형과 함께 노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인형은 방 한 곳에 오도카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요. 가끔 제 눈에 보일때마다 인형은 저에게 사랑하는 할머니를 떠올리게 되는 계기가 되어줬습니다.


그리고 제가 18세가 되었을때 (일본은 만나이라 우리나라로는 20살)

저는 최우선으로 지망을 하던 도쿄에 있는 대학에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어린 네가, 그것도 여자 아이가 혼자서 살다니!"

라고 할아버지와 아빠가 반대를 하셨지만, 다행히 엄마가 제 편을 들어준 덕분에 저는 학교에서 멀지 않은 맨션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평소 동경하던 저 혼자만의 독신 생활의 시작이었습니다.

 

비록 오래된 맨션이었지만, 그래도 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통학도 편리한 곳이었습니다.

또한 디지털 도어락도 있어서 (부동산 중개인의 말에 따르면..) 독신 여성에게도 인기가 있는 곳이라고도 했고요.

 

집의 구조는 욕실과 작은 주방, 복도 안쪽에 방이 있었고요. 방의 앞에는 붙박이식 옷장이 딸려있었고, 혼자 살기에는 정말 충분한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렇게 혼자 살기 시작한지 반년 정도 되었을까,

어느날 엄마가 집에서 보내준 짐이 도착을 했습니다.

 

짐 안에는 쌀과 함께 각종 즉석식품들, 그리고 수건 및 옷들.

그리고 본가에 두고 왔었던 그 인형이 있었습니다.

 

'뭐야 엄마는... 난 이제 어린애가 아닌라고....'
오랜만에 만나게 된 그 인형은, 제가 본가에 두고 가서 그랬는지 조금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았어요.

 

"뭐.. 괜찮겠지? 너랑도 같이 살면 이제 혼자 사는게 아니게 되겠지만...... 좋아! 네 자리는..... 여기야!"

이렇게 말을 하며, 저는 TV받침대 옆의 자리에, 예전 집에 있을 때처럼 인형을 앉혔습니다.


그리고 조금 지난 어느 날의 일입니다. 대학 세미나 합숙으로, 관동지역 근교의 호숫가에 2박 3일로 가게 되었는데요.

저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남자에게 고백이라는 것을 받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남자는 학교의 2년 선배로, 이전부터 조금 신경이 쓰이는 사람이긴 했지만, 친구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여러명의 옂와 동시에 사귀는 상당한 바람둥이'라는 소문의 이야기를 듣고선 반쯤 포기하고 생각하지 않으려던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 선배가 제게 사귀어달라고 고백을 했고, 저는 혹시라도 '다른 여자가 있지 않을까?'라고 의심을 잠깐 했으나, 제 눈을 바라보는 그의 말을 결국에는 믿게 되었고, 그와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된 그가 처음으로 제가 사는 맨션에 놀러 오게 되었습니다.

하루 전부터 저는 그가 좋아하는 것을 준비하기도 하고, 평소엔 하지 않던 곳도 깨끗하게 청소하고, 매우 분주하게 정리를 끝내면서 약속의 날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초인종이 울리고 현관의 모니터를 확인 후,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그를 집안에 들어오게 하였습니다.

현관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올때의 그의 분위기에서 왠지 그는 이런 것도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물론 내색하진 않았고요.

 

일단 시원한 물 한잔을 대접하고 있는데, 그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TV받침대의 한 구석을 가리키며 말을 했습니다.

 

"뭐지? 저거 왠지 이쪽을 보는 거 같지 않아? 섬뜩한걸?!"

그가 손으로 가리킨 곳에는 어릴적 할머니가 사준 인형이 앉아있었어요.

 

"아, 미안..!"

그렇게 말한 저는, 인형을 방 문 앞 붙박이 장 안에 있는 선반위에 올려 놓고 문을 닫았습니다.

 

잠시 그와 대화를 나누는데, 방 앞에서 '콜록콜록....'이라던가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얼핏 살펴보니, 분명 제대로 닫았다고 생각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듯, 옷장의 미닫이 문이 약간 열려서 그 틈으로 아까 올려놓은 인형이 넘어진 상태로 눈부분이 보이고 있었어요.

 

그도 그것을 본 것 같았는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기에 저는 저녁을 만들러 주방에 가는 김에 인형을 선반위에 다시 앉혀놓고, 옷장 문을 다시 제대로 닫았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방에서 "으악!"하는 그의 비명소리가 들려서 주방에서 방 쪽을 바라보니

그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넘어져 있었고, 옷장 밖에 떨어져 있는 인형을 보며 그는 그대로 굳어 있었습니다.

 

그가 말하길, 방에서 TV를 보는데 옷장에서 덜컹 거리는 소리가 나서 바라보니, 또 옷장 틈이 조금 열려 있고 인형이 쓰러진채 자기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겁이 난 그는 다시 옷장을 닫으려고 했는데, 몇번인가 닫으려해도 무엇인가에 걸린 것처럼 닫히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가 큰 맘 먹고 문을 조금 연 후에 힘껏 닫으려 할 때, 갑자기 인형의 두 손이 나와 문을 밀치며 옷장에서 뛰쳐나왔다는 겁니다.

 

결국 그는 제가 준비한 손수 만든 요리는 먹지도 않고 저를 남겨둔 채 도망치듯 돌아가 버렸습니다.

"이 바보야! 너 때문에 그이가 돌아갔잖아!!!!"
인형을 향해서 저는 바보처럼 화를 냈지만, 인형은 저를 보며 부드럽게 미소만 짓고 있었습니다.

 

왠지 저도 바보같아 지는 기분이 들어서, 더 이상 아무말도 못하고 인형을 다시 TV받침대 옆에 앉혀두었습니다.

 

 

그 후로, 그와는 대학에서 만나도 뭔가 어색하기도 했고, 결국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되었는데요.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그는 역시나 저 말고도 다른 여자와 사귀고 있었고, 계속 여자문제가 끊이지 않는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다고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때의 그 일은 저를 지켜주고 싶어했던 할머니의 경고였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할머니가 사주신 그 인형은 지금도 제 방의 TV받침대 옆에 가만히 앉아 있답니다. 

 


내용출처 : 일본웹사이트 (직접번역)